

함종원 총감독
“전문성으로 어스틴 공연문화 업그레이드”
특별인터뷰 : ‘한국전쟁 60주년 기념음악회’ 함종원 총감독
지난 6월 19일 어스틴 한인회에서 주최한 ‘한국전쟁 60주년 기념 음악회’가 한인 사회에서 치러 졌던 행사의 수준을 여러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음악회에 참석했던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한국전쟁 기념행사라기 보다는, 격조있는 문화예술 행사로 손색이 없는 무대였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한 참석자는 “이번 음악회를 통해 전문적인 기획과 짜임새 있는 구성의 공연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 약 650여명의 대규모 관객이 참석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공연의 묘미가 한 공간에 함께 하는 공연자들과 관객들이 어떤 공통적인 주제와 느낌의 흐름을 함께 하면서 어느 순간 일치의 감동을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감동의 순간을 연출하는 것은 바로 기획의 힘과 전문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음악회의 기획을 맡아 공연의 시작과 끝의 모든 순간을 지휘한 함종원 총감독을 만나 음악회 뒷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Q. 이번 음악회 준비에 참여하게 된 동기는?
A. 2008년 어스틴의 국제 음악제인 ‘SXSW (South by Southwest)’에 참가한 윤도현 밴드의 공연을 계기로 폴 김 한인회장을 알게 됐다. 이후 한국 전통음악과 문화를 주류 사회에 소개 하고자 하는 공통적인 관심을 나누면서 계속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번 한국전쟁 기념 행사에 대해서도 의논을 하면서 음악회 형식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점에 서로 일치를 보았고, 그동안 오페라 가수로서의 직접적인 공연과 기획의 경험을 살려 이번 음악회를 맡게 됐다.
Q. 공연을 기획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한 것은?
A. 기획 의도는 우선적으로 참전 용사들의 희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었다. 두번째는 우리 한인 2세와 3세들에게 한국전쟁을 둘러싼 양국의 관계와 그를 통한 역사의식을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면 그동안 한인 사회에서 실시하는 행사에 대한 선입견적 의식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 한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공연 문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Q. 어스틴 한인행사의 수준을 한층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비결이 있었다면?
A. 한마디로 전문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자들은 물론이고 포스터 제작에서부터 시작해서 사진 전시회, 음악회 아나운서, 무대 스테이징 등 모든 분야에 전문가들이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어스틴에는 정말 훌륭한 한인 인재들이 많이 있다.
Q. 음악회 연출은 어떤 식으로 구성되었나?
A. 전체적인 테마로 ‘희생-감사-밝은 현재와 미래’라는 큰 흐름을 잡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전사자들의 희생과 그들의 넋을 기리고 승화하는 의식을 상징하는 ‘살풀이 춤’으로 시작했다. 이어지는 1부의 음악 대부분이 그리움을 노래하는 곡들이었다. 김준일씨가 부른 ‘Danny Boy’는 떠난 아들을 그리워 하는 노래이며, 아이시 심슨(Icy Simpson)씨가 부른 라보엠의 ‘Quando men vo’라는 곡도 역시 간절한 그리움을 표현한 노래이다. 1부 시작전에 보여진 영상 자료도 이러한 기획의도와 잘 부합이 되는 메세지를 담고 있었다. 이후 2부의 한국 서도민요 공연이 펼쳐 지면서 점차 밝아지는 감사의 축제 분위기로 전환했다. 막바지의 사물놀이는 이날 축제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고, 끝으로 우리의 ‘아리랑’을 모두 함께 부르며 막을 내렸다.
Q. 기념 행사인데도 불구하고 기념패를 받는 참전 용사 대표자를 제외하고는 연설 순서가 전혀 없었는데.
A. 음악회라는 행사의 형식 때문이다. 연설이 들어가면 아무래도 음악회의 맥이 끊어지기 때문에 음악과 무대 예술로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다.
Q. 준비 과정에서 아쉬웠거나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A. 행사 준비 과정에서의 큰 관건은 한인들의 참여도 여부였다.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놓고 정작 주인격인 한인들의 참여가 미미하다면 난감한 일이 될 뻔 했다. 하지만 많은 한인들이 참석해 호응해 주신 점 감사하게 생각한다. 공연 자체로 보아서 아쉬웠던 점은 여건의 제한으로 충분한 리허설을 하지 못한 채 공연을 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예정보다 공연시간이 좀 더 길어졌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공연은 관객들과의 약속인데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송함이 있다. 또한 마지막 커튼콜 부분의 진행이 매끄럽지 못했던 것도 좀 아쉽다.
Q. 폴 김 한인회장은 좀 더 많은 한인들의 참여가 아쉬웠다고 말했는데.
A. 물론 더 많은 부모님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왔었으면 참 좋은 기억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한국전쟁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인간문화재의 민요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한편, 한인 사회에서 공연문화에 대한 의식이 전반적으로 초대권 문화인 측면이 크다는 점은 재고해 볼 일이다. 초대권, 즉 공짜 티켓이 아니면 굳이 가서 볼 일이 아니라는 의식이 있다고 본다. 때문에 이러한 의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공연의 질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관객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올 수 있도록 초대권 문화를 넘어설 수 있는 양질의 공연이 정답인 것이다. 공연의 질을 높이고 관객과의 교감을 가질 수 있다면, 그래서 공연자들과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문화를 이어 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Q. 한국 문화를 주류사회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는데 가장 대표적인 한국 문화의 상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음악회 마지막 부분에 보여드렸지만 '아리랑'이라는 컨텐츠라고 본다. 이춘목 인간문화재가 한국전통 민요 가락으로 아리랑을 부르고, 다음으로는 오페라 가수들이,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재즈 밴드가 경쾌한 리듬으로 아리랑을 불렀듯이 아리랑은 다양한 음악 쟝르로 표현이 가능한 아름다운 우리의 선율이다. 우리 문화의 대표급이라고 할 수 있다고 본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장기적으로는 전공이 오페라(테너)이긴 하지만 한국전통 공연문화를 기획하는 것이 꿈이다. 어스틴과 자매 도시인 광명시와의 문화 교류를 추진하고 가교의 역할을 하고 싶다. 단기적으로는 올 가을에 UT 한인 음대학생들의 연주회가 있을 예정이고 기타 몇 가지 공연 계획이 있지만, 아무래도 폴 김 한인회장과 함께 내년에 있을 ‘Korea Fest’를 준비하는 일에 가장 큰 힘을 기울이게 될 것 같다.
Q. ‘Korea Fest’에 대해 미리 소개한다면?
A. 요즘 클래식이나 우리 민요와 같이 보전 전수의 가치가 있는 음악들을 대중들이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포멧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많이 있다. 특히 ‘Korea Fest’의 주 목적이 우리 문화의 소개와 보급에 있기 때문에 우리 전통음악을 비보이가 공연한다거나 서양의 음악을 가야금으로 연주한다거나 하는 식의 새로운 접근을 하려고 한다.
#인터뷰 후기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국제적이라는 말을 되새기게 되었다. 우리의 문화는 바로 우리 민족의 '개성'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타국에 살면서 자칫 나의 개성, 우리의 개성을 잃고 무채색이 되기 쉬운 생활 속에서 잠시 벗어나 우리 원래의 색깔을 지키고 키워가려는 열정을 접할 수 있었던 뜻깊은 만남이었다.
#함종원 총감독은 누구?
함종원(35) 총감독은 한국의 경원대를 졸업한후 2001년에 미국으로 건너와 Indiana University 에서 석사, 현재 UT 에서 오페라 박사 과정중에 있다. ‘UT 버틀러 오페라단’과 ‘Austin Lyric 오페라단’ 소속 단원이며 어스틴 한인장로교회의 3부 성가대 지휘를 맡고 있다.
뉴스코리아 / 어스틴=손영주 기자
